부실대출의 역습: 미국 은행은 지금 2008년을 다시 걷고 있는가?

이번 주 뉴욕 증권거래소(NYSE)는 큰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가 중국에 희토류 문제를 두고 던진 ‘수류탄’에 이어, 미국 은행들의 부실대출이 본사들의 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부실대출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신호를 보냈기에 시장이 이렇게 크게 흔들린 걸까?
간단히 말해, 미국 연준(Fed)은 2008년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현재 등록된 모든 은행에 강력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걸어두고 있다. 예전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 주택담보대출)나 투기성 자금조달 같은 대출을 직접 취급하지 못하도록 규제가 대폭 강화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바로 비은행 금융기관, 즉 제2금융권(Non-Depository Financial Institutions; NDFIs)이다. 이들은 은행과 달리 일반인을 상대로 예금계좌를 개설하지 않는다. 대신 대형 투자사나 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을 바탕으로 자체적인 대출이나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낸다. 이 과정에서 FDIC(연방예금보험공사)의 규제망을 피할 수 있고, 결국 2008년 당시와 비슷한 형태의 ‘위험한 돈’—급전이 필요한 곳이나 리스크가 높은 부문에 대한 대출—을 대신 처리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얻어온 것이다.
이제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로 이 회사들로 인해 금융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즉, 미국의 주요 은행들이 직접 하지는 못했던 고위험 담보대출이나 투기성 자금조달을 이제는 불법이 아닌 ‘합법적인 우회로’, 즉 NDFI를 통해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이런 NDFI 기업들로의 자금 조달은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왔고, 현재 뉴스에서 주목받는 Western Alliance와 Zion Bank는 그중에서도 NDFI 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하자면, 은행들이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첩보 작전처럼 투자”를 진행해온 셈이다.그리고 이제 그 그림자 금융권의 스캔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그림자들(NDFI)”이 더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미국 시장을 지금 가장 두렵게 만드는 것은, 은행들이 얼마를 잃었느냐가 아니다. 그들이 미처 알지 못한 사이에 자본이 순식간에 증발했을 가능성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Zions Bank와 Western Alliance는 약 150억 달러(한화로 약 2000억 달러 수준의 자본)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NDFI로 흘러간 대출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1조 달러(약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2023년의 몇몇 은행 파산 사태, 그리고 올해의 Zions와 Western Alliance 사례를 떠올려보면, 그 1000조 원이라는 돈이 “어제까진 멀쩡했는데, 다음 날 아침엔 사라져 있는” 상황이 다시 재현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이런 도미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미국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은행들은 왜 위험하고 휘발성 높은 NDFI 기업들에게 굳이 돈을 빌려준 것일까?
사실 이번 사태는 2008년 금융위기의 초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연준이 FDIC 규제를 강화하기 전까지, 은행들은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위험성을 감수하고 무분별하게 대출을 늘려왔다. 왜냐하면 담보로는 ‘투기성 자금조달의 왕’이라 불리던 부동산, 즉 주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략은 곧 무너졌다. 투기 심리로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 기대하며 무차별적으로 돈을 빌려줬지만, 막상 시장이 식자 집은 팔리지 않고 대출금은 회수되지 않았다. 결국 은행은 빚도 못 받고, 담보로 잡은 집값마저 떨어지는 ‘이중 손실’을 맞았다. 요컨대, 은행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대출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규모가 큰 대출일수록 이익도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엔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규모와 수익성이 보장된 대기업’이 주요 고객이었다. 그래서 이들과의 대출 계약은 일반인보다 훨씬 느슨하게, 즉 더 ‘관대하게’ 진행됐다.
예를 들어, 중국의 유통기업 테무(Temu)를 보자. 한때 한국에서는 “테무 공장 화재 피해액이 100만 원”이라는 가짜뉴스가 떠돌았지만, 실제 사례를 이해하기 위해 예시로 들어보겠다. Western Alliance는 테무에게 약 1조 원을 대출하면서, 테무가 보유한 연매출 23조 원 규모의 실적과 상하이에 위치한 공장을 담보로 삼았다고 가정을 해보자.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고, 그 순간 대출금 1조 원은 사실상 증발해버렸다. 이후 피해액이 ‘1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남은 자산을 압류해도 회수는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즉, 이런 사건은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자본의 증발”에 가깝다. 그리고 어떤 경우엔 은행이 그것조차 모를 때도 있다.
이처럼 은행들은 NDFI 대출을 “지혜로운 자본 확대 전략”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들이 믿고 있던 담보가 2008년의 부동산과 다를 바 없는, “0원짜리 종이조각”이었음을 보여줬다. 결국, 겉으로는 고정자산처럼 보이던 그 담보가 실제론 아무런 가치가 없는 허상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은 금융 위기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금융 위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이번 사태를 보며 지난주 지역은행들의 약 60억 달러 증발로 인한 나스닥 급락은 “과잉 반응(Overaction)”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문제가 드러난 곳들은 대부분 중소·지방은행(regional banks) 들이다. 뉴스만 보고 들으면 Chase나 Bank of America (BofA) 같은 대형은행의 일로 착각하기 쉽지만, 아직은 아니다 물론,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온 NDFI 대출 구조상 대형은행들도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Chase와 같은 주요 은행들은 NDFI 계약과 자산 리스크 관리에서 훨씬 더 체계적인 접근을 보여왔다. 실제로 2023년에도 유사한 자본증발 사례가 있었지만, 당시에도 Chase나 BoA와 같은 대형은행에서 피해가 보고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미국과 세계 증시는 이 사태를 단순히 “소규모 은행의 문제” 로만 보지 않는다. 미국의 관세 전쟁, 중국의 글로벌 시장 습격, 급격한 금값 상승, 고용시장 둔화, 그리고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압박까지 — 복합적인 요인들이 겹쳐 있다. 연준은 금리 인하 의지를 예견하고 있지만, 터널 끝의 빛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일부 은행들은 2008년의 그림자를 다시 떠올리게 할 정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대기업들의 주가는 여전히 상승세다. 나스닥과 S&P500 지수도 오름세를 타며, 시장에는 묘한 낙관과 불안이 동시에 공존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 버블이 곧 터지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을 안고 있는 이유다.더구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은 방향성을 잃은 채 신중한 눈치를 보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시장이 많이 오른 시점에는 이미 충분히 이익을 본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즉, 연말은 단순한 ‘정산의 시기’이자, 수익 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벌써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세금 정리나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보유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 그 매도 흐름만으로도 특정 섹터의 급락이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은 방향성을 잃은 채 신중한 눈치를 보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올해 연말을 앞두고 새로운 “한방 투자”를 노리기보다, 기존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방어적인 전략으로 전환할 시기라고 본다. 반도체와 AI 테마주는 이미 고점에 근접해 있다. 지금의 증시 상황은 “이제 다 떨어졌으니 오를 일만 남았다”는 식의 낙관론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연말은 정산의 시기이자, 버블이 정리되는 구간이다. 따라서 “다들 AI 산다니까 나도 산다”는 식의 군중 심리 대신, 바이오, 에너지 등 다른 섹터로 시선을 돌려 분산과 준비의 시간을 갖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